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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1) 제비꽃은 열매가 터지면서 씨앗을 한꺼번에 방출하는 일반적인 폭발적 종자 산포 방식과 달리, 열매 꼬투리의 접힘 동작에서 발생하는 힘을 이용해 씨앗을 하나씩 튕겨 내보내는 독특한 번식 전략을 진화시켰다. (그림2) 이러한 종자 산포는 열매 꼬투리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퍼링(zippering)’ 동작에 의해 구현되며, 종자 확산 과정에서 높은 에너지 효율을 제공한다. (그림설명 및 그림제공 : 서울대학교 현유봉 교수) |
[뉴스서치] 국내 연구진이 열매 꼬투리가 마르며 접히는 힘으로 씨앗을 튕겨내는 제비꽃의 번식 비밀을 규명하며, 상처 봉합과 종양 절제 등에 활용 가능한 차세대 유연 로봇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현유봉 교수·기계공학부 김호영 교수 및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정소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제비꽃 열매 꼬투리의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복잡한 장치 없이 힘을 제어하고 씨앗을 순차적으로 튕겨내는 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리더연구 및 핵심·신진연구) 및 선도연구센터(SRC) 사업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6월 19일 오전 3시(현지시간 6월 18일 14시, 미국 동부 시간)에 게재됐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제비꽃은 아주 영리한 번식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식물은 열매가 터지면서 내부의 씨앗을 한꺼번에 사방으로 방출하는 폭발적 종자 산포 방식을 취한다.
반면, 제비꽃은 열매 꼬투리가 마르면서 안쪽으로 오므라드는 힘을 이용해, 내부에 든 씨앗을 ‘하나씩 차례대로 튕겨 발사’하는 독특한 방식을 쓴다.
이처럼 씨앗을 순차적으로 발사하려면 씨앗을 밀어내는 힘의 중심점 역시 씨앗의 위치에 맞춰 이동해야 한다. 이는 현대 로봇공학 기술로도 정밀한 모터나 제어 장치 없이는 구현하기 힘든 난제다. 하지만 제비꽃은 아주 작고 단순한 열매 꼬투리의 기하학적 구조만으로 이를 해결한다.
연구팀은 이 비밀을 풀기 위해 제비꽃 열매 꼬투리의 구조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효율적인 씨앗 발사는 열매 꼬투리가 건조되면서 마치 지퍼가 닫히듯 접히는 ‘지퍼링(zippering)’ 동작 덕분임을 밝혀냈다. 꼬투리는 수분 함량에 따라 접힘을 유도하는 부위와 접힘 과정에서 씨앗에 직접 힘을 전달하는 매우 얇은 막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제비꽃 시료와 이를 본뜬 인공 장치의 동작을 비교한 결과, 열매 꼬투리의 단면은 힘을 가장 강하게 낼 수 있는 ‘반원형 구조’로 진화해 왔음을 증명했다. 열매 꼬투리 양 끝의 기하학적 조건과 모양 차이 덕분에 꼬투리가 접힐 때 발생하는 힘이 얇은 막을 타고 씨앗이 있는 특정 지점에만 완벽하게 집중된다. 이 힘의 중심점이 지퍼가 채워지듯 앞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며, 나란히 줄 서 있는 씨앗들을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꼬집듯 밀어내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복잡한 모터나 배터리, 전선 없이도 ‘구조의 힘’만으로 상처 봉합 및 종양 절제 등에 활용 가능한 차세대 유연 로봇을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식물이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별도의 장치 없이 스스로 최적의 힘을 내는 ‘물리적 지능’을 공학적으로 입증한 것으로서, 향후 고효율 생체모방 공학 기술 개발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성과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 사업의 성장 사다리(신진-핵심-선도연구센터-리더) 각 단계에 포진한 연구자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이뤄낸 결실이다.
특히, 각 단계의 연구자들이 힘을 모아 자연의 메커니즘을 공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수한 연구 역량을 세계에 증명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연구를 수행한 서울대 현유봉·김호영 교수와 DGIST 정소현 교수는 “이번 성과는 제비꽃이 최소한의 자원만으로 효율적인 힘을 전달하도록 열매 꼬투리의 구조를 영리하게 진화시켜 왔음을 밝혀낸 것”이라며, “복잡한 장치 없이 디자인만으로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차세대 소프트 소재 설계는 물론, 상처 치료 패치나 생체모사 유연 로봇 등 의공학 분야 전반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 사업의 성장 사다리 각 단계에 있는 연구자들이 협업하여 이뤄낸 기념비적인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연구자들이 서로의 전문성을 더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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