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AI 안경, 신호등 규칙" 제안

오보균 기자 / 기사승인 : 2026-10-15 08: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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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 89.5% “몰래 찍힐까 걱정”… 기대(4.02점)보다 우려(4.20점)가 조금 더 커
▲ AI 안경의 기능별 기대 편익과 위험 인식. 도움이 된다, 우려된다(5점 척도 중 4·5점) 응답 비율

[뉴스서치] 경기연구원은 AI 안경의 확산에 따른 기회와 위험을 분석한 ‘AI 안경의 명암과 대응 방안: 혁신은 넓게 위험은 정밀하게’를 발간했다. 일반 국민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9.5%가 ‘본인도 모르게 촬영되는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AI 안경의 편리함을 인정하면서도 우려를 더 크게 느꼈다. 기능별 기대 편익은 5점 만점에 평균 4.02점, 위험 인식은 4.20점이었다. 외국어 실시간 번역(85.2%)과 길 안내(82.2%) 등 개인 편의 기능의 기대는 높았지만, 재난・응급 대응(68.7%)과 장애인・고령자 지원(70.5%) 등 공공 분야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다.

‘나는 되고 남은 안 되는’ 이중잣대도 뚜렷했다. 촬영 기능을 직접 쓰겠다는 응답은 56.2%였으나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서 촬영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응답은 26.8%로, 29.3%p 차이가 났다. 대화 녹음・요약(21.5%p), 감정・건강 분석(13.5%p), 얼굴인식(11.8%p)처럼 주변 사람을 기록・분석하는 기능일수록 격차가 컸고, 응답자 4명 중 1명(26.2%)은 하나 이상의 기능에서 ‘나는 쓰겠지만 남이 쓰는 것은 허용 못 한다’고 답했다.

허용 수준은 장소에 따라 달랐다. 은행・법정에서는 당사자 동의나 기관의 사전 승인이 있을 때만 허용하자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시험장 응시자가 쓰는 것은 48.2%가 ‘원칙적 금지’를 택해 12개 상황 중 유일하게 금지가 최다였다. AI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92.2%에 달했지만, 장애・의료 보조기기는 사전 승인 후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82.7%였다.

응답자가 원하는 것은 ‘쓰지 말라’가 아니라 ‘안전하게 쓰게 하라’였다. 작동 표시, 얼굴 자동 가림, 자동 삭제, 거부권 등 9개 보호조치는 모든 공간에서 81~88%가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전면 금지’는 58~73%로 가장 낮았다. 구매 의향은 걱정의 크기가 아니라 인지・체험에 따라 갈려, AI 안경을 잘 알거나 체험한 응답자(76.3%)가 몰랐던 응답자(24.6%)의 3배 이상이었다. 응답자의 절반(48.7%)은 편익과 우려를 함께 느끼는 ‘기대・우려 공존형’이었다.

경기연구원은 AI 안경이 같은 기능이 누군가에게는 ‘눈과 귀’,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시 카메라’가 되는 이중용도 기술이어서, 쟁점은 ‘어떤 공간에서,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느냐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금지가 아닌 조건부 수용’을 기본 방향으로, 혁신 측면에서는 시각・청각장애인 보급 시범과 사용 교육, 개방형 혁신, 소방·재난·시설 점검 분야의 우선 실증과 결과 공개를 제안했다.

위험 측면에서는 공간 민감도를 3단계로 나누고 촬영・녹음・얼굴인식 등 기능 단위로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신호등 규칙’을 제안했다. 시험장 등 고위험 공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보조기기는 사전 승인으로 예외를 두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체계에 착용형 기기 촬영 피해를 추가하며, 보호 기능을 기본값으로 갖춘 기업을 조달・실증에서 우대하는 방안도 담았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AI 안경은 누군가에게는 눈과 귀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감시 카메라가 될 수 있다”며 “‘어디서,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는지에 따라 규칙을 달리하면 혁신은 넓히고 위험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사용 관행이 굳어지기 전인 지금이 규칙을 만들 가장 좋은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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